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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제너럴리스트'의 중간 점검

스츠흐 2024. 8. 26. 21:40

안녕하세요,

이 글에서는 제 소개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영상 편집과 콘텐츠 마케팅 등 콘텐츠 제작의 길을 걸으려다가, 현재는 게임 회사에서 3년차 모바일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유용한 정보를 주는 글은 아니고, 저에 대해 적는 글이 될 예정입니다.

혹시 정보를 얻기 위해 오셨다면 원하는 글이 아닐 것이고,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커리어에 고민이 있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

 


 

사실 저는 개발자로서의 제 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아직 주니어 개발자이며,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원인은, 정석적인 코스로 개발자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컴퓨터공학이나 전산학과 출신 학생도 아니고, 마케팅으로 커리어를 확장하려다가 개발자가 되었습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스스로 자신감이 없던 시기도 있었고, 지금도 부족한 점을 많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되돌아 생각했을 때, 제 다양한 경험들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이 어떻게 제게 도움이 되어 왔는지 이야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1. 네? 뭐 배우는 학과예요?

저는 대학교에서 융합콘텐츠학과를 전공했습니다.

전공 이야기를 하면 이름만 몇 번씩 더 말해야 할 정도로 생소한 학과일 겁니다.

실제로 제가 1기 학부생으로 입학했던 학과입니다. (대학원 과정은 그 이전부터 있었고, 대학원 시절 이름은 '디지털 미디어학과'였습니다.)  이곳에서 크게 기획, UX/UI 디자인, 개발을 공부했습니다.

 

지금이야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 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대학생 때는 다 어중간하게 아는 상태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학원을 가는 친구들도 있었고,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며 자신이 관심 있는 한 분야를 더 깊게 공부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애석하게도 저는 모든 분야에 두루 관심이 있었기에,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고 심화전공(융합콘텐츠학과만 전공) 트랙을 선택했습니다.

그런고로 고학년이 되었을 때에는 콘텐츠 기획력 조금, 디자인 능력도 조금, 구현 능력도 조금씩 갖춘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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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수업에서는 스토리텔링의 이론과 적용 방법을 공부하였습니다.

브랜딩, 시나리오 트리트먼트 작성,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기획 등을 배웠습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이야기를 입히고,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력적인 이야기이 소재나 플롯은 큰 맥락에서 정해져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콘텐츠에 녹여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UX/UI디자인를 배우면서 사용자에 대해 공부하였고 디자인적 능력을 길렀습니다.

사용자 연구나 UI디자인 수업을 들었는데, 이 당시에는 스스로의 한계를 체감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은 적당히 잘 따라가고 과제도 어느 정도 잘 해냈지만, 타고난 감을 가진 친구들을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스스로 디자인을 못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에서는 개발자인데 디자인적 감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인데, 그 당시에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했던 거 같네요.)

 

개발 과목들은 보통 실습 위주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안드로이드 개발, 웹페이지 만들기, DB기초와 이를 활용한 프로젝트, 언리얼 엔진을 이용한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젝트 등을 했습니다. 말은 조금 거창하지만, 기초적인 이론만 배우고 나머지는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학과 특성상 프로그래밍적으로 딥하게 들어가기보다는 한정적인 개발 리소스 안에서 아이디어를 내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이었습니다.

 

위 분야 외에도 마케팅, 미디어 아트를 가르치는 수업들도 수강했었고, 제가 듣진 않았지만 게임학 수업도 개설되어 있었습니다.

수업 이외에 학과에서 여러 활동을 지원해 줬습니다. 1기였기 때문에 선배가 없어서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기회가 저에게 온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방학 때는 어도비 일러스트나 애프터이펙트, 프리미어, 유니티 게임엔진을 배울 수 있는 특강도 학과에서 열어주었습니다.

대학 시절 했던 여러 분야의 경험 (주로 팀프로젝트였어서 블러처리)

 

 

 

2. 콘텐츠 제작의 길

대학 졸업 때쯤에 총 2번의 인턴 활동을 했습니다.

2번 모두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시의 제가 바로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제 커리어의 시작점을 콘텐츠 제작 업무로 정했습니다.

 

첫 번째 인턴은 학교와 연계된 곳에서 영상 제작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방학기간동안의 짧은 인턴이었는데, 주제에 따라 영상 콘티를 짜고 촬영과 편집을 하는, 전형적인 영상제작 업무를 했습니다. 주로 인터뷰나 행사 스케치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애프터이펙트 툴을 능숙하게 다루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이후 프리랜서 유튜브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영상 촬영 현장

 

두 번째 인턴 때는 나름 인지도 있는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했습니다.

그곳에서 정말 다양한 걸 경험했습니다. 제가 인턴을 시작한 직후에 주식상장을 해서 상장식에 참여하기도 했고, 제가 만든 콘텐츠가 실제 마케팅 집행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북, 구글 등 여러 회사에서 여는 마케팅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어떤 콘텐츠가 유저의 눈길을 끄는지, 어떻게 마케팅을 집행하는지 알 수 있었고, 콘텐츠 제작 능력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또, 이때 구글 App Summit에 참여한 덕에, 앱 내 광고를 어떻게 추가하여서 수익화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고, 훗날 제 앱을 수익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App Summit(좌) / FMS SEOUL 2019(우)

 

 

3. 하늘길이 막히고... 개발 시작!

이런 경험을 한 상태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한 이유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아일랜드에 워킹홀리데이를 가려고 비자까지 발급받은 상태였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하늘길이 막혔던 게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원래 1년 정도 나갈 생각이었는데, 이 시간이 온전히 제가 사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주어졌습니다.

'나는 꼭 개발자가 되어야겠어!'라는 생각보다, '나 개발도 재밌어하고 좋아하는데, 공부 한 번 해볼까? 안 맞으면 마케팅하면 되지'

 정도의 생각으로 개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앱을 개발하고 출시했습니다. 기획도 디자인도 할 줄 아니까 저 혼자서 하나의 온전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출시 후에 테스트베드처럼 사용할 생각으로 개인 사비 30만원을 들여서 직접 마케팅을 집행했습니다.

그 결과, 초기를 제외하고는 따로 마케팅을 집행하진 않았는데, 현재(2024.08 기준) 119만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니 유저 유입이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술했던 App Summit에서 알게 된 방식을 참고하여서 광고를 붙였습니다.

App Summit 참석 당시에는 마케터의 입장에서 어떤 광고를 만들지에 초점을 맞췄는데, 반대로 광고를 집어넣는 입장이 되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 학교 동기들이나 외부 창업팀과 함께하며 두 차례 더 앱 출시를 경험했습니다.

욕심 많은 지인들을 주변에 둔 덕에 비교적 수월하게 사이드 프로젝트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서툴지만 협업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후 같이 프로젝트를 한 언니가 '이 공고 너한테 딱 어울리는 것 같아'라며 한 게임회사의 데브캠프 공고를 보내주었고, 데브캠프 참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서 현재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개발 공부를 시작한 이후의 일이 뭉뚱그려서 표현한 것 같지만, 실제로 모든 일이 순식간에 일어난 것 같습니다.

 

 

 

4. 주니어 개발자

회사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물론이고, 업무를 하다 보니 원래 제 도메인이었던 iOS뿐 아니라, Android, Flutter 개발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넓은 커리어를 싫어할 수도 있고, 저 역시도 처음에는 스트레스였는데, 이것도 (지금까지 모든 경험들이 그래왔듯) 결국 미래에 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 밖 삶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세상에 선보이고 싶은 게 많아서, 휴일에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구상해 보고 디자인해 보기도 하고,

시간이 있으면 그중 일부를 실제로 구현을 해보곤 합니다.

 

 

 

5. [   ]

여러 개발자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저는 뼛속까지 진성 개발자는 아닙니다.

기술적 궁금증이 넘치는 타입이라기보다는 개발해서 유저에게 선보이는 행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에게 기획, 디자인, 마케팅이 그러했듯 개발도 역시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현재는 그 수단을 갈고 닦기 위해서 개발자로서의 저에게 집중하고 있지만, 훗날에는 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싶은 열망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지금의 경험들을 발판 삼아 또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자책하기보다는,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결국, 어중간한 제너럴리스트이기에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